AI 에이전트 코딩의 부작용 – 개발자가 직접 체감한 문제점들
AI 에이전트 코딩 도구의 발전이 눈부시다. 작년부터 클로드 코드(Claude Code)로 간간이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문서 작성에 활용해 왔는데, 프로 구독은 사용량이 너무 적어서 뭐 좀 하려다 보면 리미트에 걸리기 일쑤였다. 그러다 올해 카카오 프로모션 덕분에 GPT Pro를 저렴하게 구독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AI 에이전트를 개인 프로젝트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제약이 풀리니 속도가 붙었는데, 막상 깊이 쓰다 보니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AI 에이전트가 바꿔놓은 개인 프로젝트의 정체성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최고의 목표는 학습이다. 사실 내가 게임 엔진을 개발한다고 해서 이게 얼마나 경쟁력이 있겠나. 게임을 개발하는 한 명의 엔지니어로서 물론 언리얼 엔진을 주력으로 사용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도구에 대한 깊은 이해력을 가지려면 도구가 사용하는 기술들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신념 아닌 신념이 있었다.
학습이 목적인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생각보다 속도가 매우 더뎠다. 학생 때처럼 많은 시간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없다 보니 퇴근 후 많아야 하루에 두 시간…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업무가 바쁜 기간에는 뭐 아예 홀드가 되는 경우도 다반사였고. 그래도 느리지만 한 걸음이라도 나아갔다는 데 의의를 두어 꾸준히 사소한 것 하나라도 진행하려 했다.
그것이 AI 에이전트와 함께하니 상황이 반전되었다. 귀찮은 코드 입력을 대신해 주는 건 이제 기본이고, AI 에이전트는 그 이상을 가능하게 했다. 학습 목표에 따른 피처 개발 플랜 수립부터 각 피처의 개발과 적용, 코드 리뷰와 버그 수정까지. 모든 게 쉬워졌다. 더 나은 구조를 고민하는 것보다 AI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적용하는 게 훨씬 빨랐다.
물론 AI가 작성한 코드를 하나씩 리뷰하고, 내 취향과 의도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기에 완전 자동화 수준으로 빠르진 않았다. 그래도 이전에 고민하고 구글링하고 개발하고 디버깅하던 시간에 비하면 가히 수십 배는 빨라졌다. 예전이면 내 상황에서 6개월은 걸렸을 일들이 단 2주일 만에 이루어졌다.

AI 에이전트의 편리함에 감탄했다가
문제는 속도는 빨라졌는데 그것이 내 것이 되었을까? 어떤 피처들은 내가 이미 구상해 둔 내용을 코드로 옮기는 시간만 단축시킨 정도였다. 하지만 어떤 피처들은 사전 리서치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개발할지, 내 프로젝트에 어떻게 녹여낼지 고민하며 개발하는 과정 자체를 삭제시켜 버렸다. 피처는 빠르게 추가되었고, 코드 리뷰를 통해 어떤 논리와 기술로 개발되었는지 개념적으로는 이해했다. 하지만 그게 정말 학습이 되었는가? 학습이 되었다면 내가 직접 코드를 작성하며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 내 것으로 학습하고 있는가 의문도 든다
직접 코드를 작성하며 개발할 수는 있을 것이다. 코드 디자인 정도까지는. 하지만 세부 스펙을 코딩해야 한다면 다시 리서치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 AI가 만들어 준 결과물은 내 프로젝트에 있지만, 그것을 만들어 낸 역량은 여전히 AI 쪽에 있는 셈이다.
AI 시대, 개발자에게 학습은 여전히 필요한가
앞서는 내 프로젝트에서 체감한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시야를 좀 넓혀 보자. 빠르게 피처들을 추가하면서 개발자에게 학습이란 앞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필요한가 끊임없이 의구심이 든다. 결국 학습이란, 방대한 정보와 기술의 일부를 내 머리에 캐싱해 두고 개발을 좀 더 잘 해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 역할이 이제 개발자가 아닌 AI 에이전트에게 점차 옮겨가고 있다. 직접 써 보면서 느꼈다. 이건 막을 수 없는 거대한 물결이다.
아직은 AI 에이전트를 통한 개발에도 개발자는 필요하다.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나 상품이 아닌 프로그램에는 필요 없는 수준까지 왔지만, 대형 프로젝트나 상품 수준의 프로그램에는 여전히 개발자의 리뷰가 필요하다. 최근 에이전트 모델로 오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대규모 프로젝트의 코드 구조 전체를 이해하면서 개발하지는 못한다. 추가되는 피처에서 고려해야 할 점, 프로젝트의 규칙들, 참고해야 하는 코드를 개발자가 에이전트에게 알려줘야 하고, 결과물에 대한 리뷰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계속 발전한다면 개발자의 역할은 꽤 많이 축소될 것이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하나의 기술 스펙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 폭넓은 도메인 지식이 요구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런 미래가 정말로 다가온다면 나는 지금 학습을 하나의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목표로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인가.
여전히 개발자로서 학습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학습을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흘려보내기는 싫다. 학생 때부터 만들고 싶었던 프로젝트들을 빠른 속도로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재미가 너무 크기 때문에, 어쨌든 AI 에이전트를 이용해서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다. 기술에 대한 욕심도 있으니 공부도 계속할 것이다. 뭐, 그렇다고 내가 얼마나 잘 흡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AI 코딩 도구 사용량에 대한 강박증
AI 에이전트는 무료가 아니다. 클로드 코드는 제대로 쓰려면 최소 100$의 구독 비용을 지불하고 맥스를 구독해야 한다. 코덱스는 나은 편이지만 여전히 하드하게 사용하려면 Plus 구독으로는 부족하다.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이 비용이 아깝지 않다. 오히려 AI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을 생각하면 저렴하다고까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취미와 학습 목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용이 아까운 건 아니지만, 적지 않은 돈을 내는 만큼 본전 심리가 생긴다. 한마디로 AI가 노는 꼴을 못 보게 된다. 마치 월급을 주고 고용한 직원이 놀고 있는 것을 보는 사장님의 마음이랄까. 그러다 보니 자주 일상을 침범하게 된다.

노는 꼴을 못보겠어
AI 에이전트가 작성한 코드를 리뷰하려면 진득하게 코드를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멈춰 있는 에이전트가 자꾸 신경 쓰인다. 쉬지 않고 일을 시키다 보면 결국 코드 리뷰 속도가 AI의 생산 속도를 못따라가게 된다.
휴식 시간에도 온전히 쉬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육아를 할 때에도 육아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 아이와의 유대감을 키우고 유지해야 하는데, 머릿속은 온통 ‘AI 에이전트에게 뭘 시켜놓고 애랑 놀아줘야 하나’ 같은 생각으로 가득하다. 개발자의 워라밸이 AI 도구 때문에 무너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과도기의 한복판에 있다 보니 안 가져도 될 AI 사용량 강박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 같다. 뭔가 원인과 결과가 서로 뒤틀린 듯한 부작용이랄까…
AI 시대를 살아가는 개발자의 마음가짐 – 거스를 수 없는 물결에 몸을 맡기기
새로운 세상이다. 정말 새로운 세상이다. AI가 없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상상하기 어렵다. 그저 조금 신기하기만 했던 GPT-3 시절이 이젠 숨 쉬듯 내 일상에 녹아들었다. 구글에 검색하던 건 AI에게 물어보고, 코드 역시 AI에게 작성을 맡긴다.
이렇게 AI가 일상 깊숙이 파고드는 과도기에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 같다. 한 호흡 돌리며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조급함의 밑바닥에는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이 깔려 있다. 다양한 미래를 예측하며 치열하게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속도로 세상이 변하는데 내 예측이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적중해서 대비를 잘했다 한들, 예측한 미래가 모두 다 죽는 미래라면 잘 죽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지.
지금 당장만 놓고 보면 굉장히 편한 도구이다. 예전엔 뭐 하나 만들어 보려 해도 공부부터 해야 하는 진입 장벽이 있었고, 공부를 하려 해도 자료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AI 에이전트 덕분에 일단 만들어 보면서 공부할 수 있다. 그걸 어떻게 써먹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AI 에이전트 코딩, 그래서 결론은?
정말 편리한 도구이다. 하지만 개인 프로젝트의 정체성 상실, 학습 효과 저하, 사용량 강박과 워라밸 붕괴까지 체감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아직은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과도기다. AI가 만들어 준 결과물이 정말 내 것인지에 대한 정체성 고민도, 학습의 방향에 대한 불안도, 구독비가 아까워 쉬지 못하는 강박도 — 이 모든 게 과도기이기에 겪는 진통이라 생각한다. 답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도구에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도구를 쓰는 주체여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너무 매몰되지 말고, 현재를 즐기자.
이 글의 퇴고와 들어간 이미지 제작도 AI를 사용한 것은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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